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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캐스퍼

시내에서 장사를 하면서 차를 굴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주차 공간 찾느라 빙빙 돌고, 좁은 골목길에서 식재료 실은 차 빼느라 식은땀 흘리는 그 순간 말입니다. 저희 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내가 캐스퍼를 타기 전까지는 늘 주차 스트레스에 시달렸거든요. 2021년 출시 당시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인 엔트리 SUV 캐스퍼는 경차 시장에서 꽤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은 덩치지만 SUV 스타일에 공간 활용성까지 갖춘 차라는 게 핵심이었죠. 실제로 써보니 광고 문구가 전부 헛소리는 아니더군요.

경차 맞나 싶을 정도로 넓은 공간, 시내 주차는 정말 편하다

캐스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주차입니다. 전장이 3,595mm에 불과해서 일반 승용차보다 40~50cm는 짧습니다. 복잡한 시내 상가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 이면도로에서 이 차이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제 아내 말로는 "다른 차들이 포기하고 가는 자리에도 캐스퍼는 쏙 들어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도 몇 번 운전해봤는데, 후진 주차할 때 핸들 몇 번만 꺾으면 끝나더군요. 일반 승용차였으면 앞뒤로 두세 번은 왔다갔다 했을 상황에서 말입니다.

공간 활용성도 예상 밖으로 좋았습니다. 현대차 측 발표를 보면 1·2열 전 좌석에 폴딩,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기능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특히 운전석까지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시트는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저희 가족은 차박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농산물 시장에서 식재료 박스를 여러 개 사올 때 이 기능이 진짜 유용했습니다. 2열 시트를 앞으로 밀고 등받이를 접으면 바닥이 거의 평평해지거든요. 덕분에 20kg짜리 쌀 포대 두 개, 채소 박스 서너 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갑니다. 차체 높이도 1,575mm로 경차치고는 높은 편이라 짐을 싣고 빼기도 편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경차가 SUV 흉내만 낸 거 아니야?" 싶었는데, 실제로 몇 달 써보니 이 차가 왜 국민차 소리를 듣는지 알겠더군요. 시내 주행과 짐 싣기라는 두 가지 목적에 정확히 맞춘 설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열 시트 슬라이딩 폭이 최대 160mm라는 스펙도 실사용에서는 체감이 확실합니다.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때는 최대한 뒤로 밀어서 다리 공간을 확보하고, 짐을 실을 때는 앞으로 당겨서 트렁크 공간을 늘리는 식으로 유연하게 쓸 수 있거든요.

장거리는 솔직히 힘들다, 소음과 진동이 생각보다 심하다

문제는 장거리 주행입니다. 저희 집은 명절 때 200km 정도 거리를 왕복하는데, 캐스퍼를 타고 한 번 다녀온 뒤로는 장거리용 차로 쓰기엔 무리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음과 진동입니다. 시내에서 저속으로 달릴 때는 괜찮은데, 고속도로에서 100km/h 이상 속도를 내면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가 꽤 거슬립니다. 일반 승용차와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더 신경 쓰이는 건 진동입니다. 도로 이음새 지날 때마다 차체가 덜컹거리고, 고속도로 콘크리트 포장 구간에서는 핸들을 잡은 손까지 떨림이 전달될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혹시 차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정비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차량 이상 없고, 원래 이 차가 그렇습니다"였습니다. 경차 특성상 차체 무게가 가볍고(공차중량 약 940kg) 휠베이스가 짧아서(2,400mm) 노면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설명이었죠.

제가 탄 모델은 1.0 T-GDI 터보 모델로 최대 출력 100마력, 최대 토크 17.5kgf·m 스펙입니다. 시내 주행에서는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고속도로 추월 차로에서 가속할 때는 엔진이 많이 울부짖는 게 느껴졌습니다. 복합연비가 12.8km/ℓ라고 하지만, 장거리 달릴 때 연비보다는 피로감이 먼저 신경 쓰이더군요. 2~3시간 운전하고 나면 목과 어깨가 확실히 뻐근합니다.

안전 사양은 차급 대비 잘 갖춰진 편입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전 트림 기본 적용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차선 이탈할 때 경고음이 울리고 핸들이 살짝 당겨지는 게 느껴집니다.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까지 7개 에어백이 기본이라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만 이런 안전장치가 아무리 좋아도 장거리에서 느껴지는 피로감 자체를 해결해주진 못하더군요.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캐스퍼가 만능 차는 아니라고 봅니다. 시내 출퇴근이나 근거리 생활용으로는 정말 훌륭하지만, 주말마다 장거리 드라이브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집처럼 시내 위주로 쓰고 가끔 장거리 갈 때는 다른 차를 빌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으로 용도를 나눠 쓰는 게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캐스퍼 가격은 스마트 트림 기준 1,385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경차 가격치고는 비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내 공간과 안전 사양을 생각하면 가성비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온라인 구매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서 웹사이트에서 3D로 차량 확인하고 견적 내고 계약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차를 고르실 때는 본인의 주 사용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처럼 시내 주행과 짐 실기가 주 목적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테지만, 장거리 주행 비중이 크다면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 https://brunch.co.kr/@b6e2969fe95743c/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