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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들과 어디 멀리 한번 가보자는 말이 나온 게 얼마나 됐던가요. 저도 고향 친구 8명과 그 말을 수도 없이 하다가, 어느 날 드디어 울릉도행 배표를 끊었습니다. 포항항에서 출발하는 배에 올라탔을 때의 그 설렘은, 솔직히 어른이 돼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울릉도와 독도는 단순한 섬 여행지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동쪽 끝에 존재하는 이 섬들은, 직접 가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배 위에서 시작된 여행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울릉도행 카페리(Car Ferry)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됩니다. 카페리란 차량과 승객을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여객선을 말하는데, 포항에서 울릉도 도동항까지는 통상 약 3시간가량 소요됩니다.
출발 직후에는 바다가 잔잔해서 갑판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저 멀리 울릉도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부터 파도가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배가 파도를 넘을 때마다 바닥이 쑥 꺼지는 느낌이 드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꽤 당황스러운 경험입니다. 저도 그 순간 잠깐 당황했지만, 어느새 그게 또 묘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섬이 눈에 보이는데도 한참을 더 가야 닿는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 거리를 몸으로 느끼고 나서야 이렇게 먼 바다 위에 우리 땅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났습니다. 도착하는 순간에는 친구들이랑 괜히 멋쩍게 웃으면서도 모두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독도행을 계획 중인 분들을 위해 배편 관련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포항~울릉도: 약 3시간 소요, 도동항 도착
- 울릉도~독도: 저동항 출발 기준 약 1시간 30분 소요
- 독도 접안(接岸) 가능 여부는 당일 기상 및 파고(파도 높이) 상황에 따라 결정
- 독도 배편은 사전 예약 필수, 기상 악화 시 출항 취소 가능
울릉도 자연경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울릉도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항구 주변의 바위들이었습니다. 화산암(火山巖), 즉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암석이 섬 전체를 이루고 있는데, 마치 용암이 굳어진 형태 그대로 해안가에 솟아 있는 모습이 육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수만 년을 버텨온 기암절벽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버스 투어를 이용해서 섬을 한 바퀴 돌았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더군요. 다만 길이 상당히 좁고 경사도 꽤 가파릅니다. 한쪽은 절벽, 반대쪽은 낭떠러지인 길을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때마다 운전기사분의 기술에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그 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내내 전망 포인트마다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울릉도의 해안 지형은 지질학적으로 칼데라(Caldera) 지형과 관련이 있습니다. 칼데라란 화산이 폭발하거나 내부가 함몰되면서 만들어지는 원형 분지 형태의 지형을 말합니다. 울릉도 섬 자체가 오랜 화산 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디를 봐도 육지의 풍경과는 결이 다른 거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울릉도의 면적은 약 72.87㎢로, 섬 둘레는 약 56.5km에 달합니다(출처: 국토지리정보원). 작은 섬이지만 걷거나 버스로 돌아보면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독특한 지형 덕분입니다.
나리분지와 울릉도 먹거리, 여행의 진짜 묘미
울릉도 여행 중 가장 예상 밖의 경험을 꼽으라면 단연 나리분지입니다. 제가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내륙 고지대에 위치한 평탄한 분지 지형입니다. 해발 약 300m 높이에 이처럼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방이 가파른 절벽과 산으로 둘러싸인 섬에서 갑자기 넓은 들판이 나타나니, 좁은 곳에서 갑자기 밖으로 나온 것처럼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친구들도 모두 그 풍경에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먹은 부지갱이 나물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부지갱이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쑥부쟁이의 사투리 이름으로, 독특한 향과 씹는 맛이 일반 나물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걸 안주 삼아 마신 조껍데기 막걸리, 일명 조껍데기 막걸리가 또 기가 막혔습니다.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저는 그 막걸리가 진심으로 맛있었습니다. 많이 마셔도 다음 날 속이 별로 안 쓰려서 친구들끼리 신기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산 정상에서 마신 막걸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탁 트인 바다와 절벽이 내려다보이는 그 자리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의 맛은, 어떤 고급 음식으로도 대체가 안 됩니다. 그때 느낀 건, 여행은 결국 어디서 뭘 먹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순간을 만드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독도 접안, 우리 땅 끝에 서다
독도 방문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장했던 일정이었습니다. 독도 접안(接岸)이란 배가 독도 선착장에 직접 붙어 승객이 내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파고(波高), 즉 파도의 높이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접안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배가 독도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 솔직히 내릴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날은 다행히 파도가 잔잔해서 접안에 성공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갈매기 떼였습니다. 그 수가 어마어마한 데다, 갈매기 배설물이 바위 곳곳에 가득했습니다. 웅장한 감동을 기대했다가 현실적인 풍경에 잠깐 웃음이 나왔지만, 발을 딛고 서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순간에는 진짜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독도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 두 개, 동도와 서도가 바다 위에 솟아 있는 형태입니다. 화려한 관광지의 모습은 전혀 없고, 그냥 날 것 그대로의 바위섬입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작은 바위 위에서 우리나라 영토를 지키고 있는 독도경비대 경찰들을 실제로 보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독도의 총면적은 약 0.1879㎢로, 동도와 서도 및 89개의 부속 도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출처: 해양수산부). 숫자로 보면 작지만, 그 의미는 어떤 큰 땅보다도 묵직합니다. 제가 직접 서보고 나서야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와 독도를 함께 여행한 3박 4일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 갔다 싶습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 속에 푹 파묻혀 있던 그 시간들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느리게 머물며 섬이 주는 분위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여행이 울릉도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될 수 있으면 독도 접안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날씨가 안정적인 시기에 맞춰 일정을 여유 있게 잡고 떠나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