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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토성면, 설악산과 동해 사이에 자리한 대순진리회 금강산 토성수련도장에 이번 봄 다시 발을 디뎠습니다. 사실 저는 종교인이 아닙니다. 아내가 대순진리회 신앙을 가지고 있어서 가끔 이런 도장 방문에 동행하는 편인데, 솔직히 이번에도 처음엔 그냥 드라이브 삼아 따라나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서는 순간, 그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저절로 손이 모아지는 공간 — 자연풍경과 수련 공간의 구성
이곳이 여느 사찰이나 종교 시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가 직접 와보니 가장 먼저 느낀 건 '정숙'이었습니다.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도, 뛰어다니는 아이도 없었습니다. 그냥 저절로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손이 모아지는 느낌이랄까요. 공간 자체가 사람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장 내부는 전통 한식 목조 건축의 공포(栱包) 양식이 적용된 건축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공포란 처마 끝의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기 위해 짜 올린 나무 구조물로, 한국 전통 건축의 품격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 처마 끝에는 풍경(風磬)이 달려 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저는 그 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귀가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도장 한편에는 거대한 미륵불(彌勒佛)이 서 있습니다. 미륵불이란 현재의 부처가 아니라 미래에 중생을 구원하러 온다는 미래불(未來佛)을 의미하는데, 제가 지금까지 본 미륵불 중에서 단연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신도들이 그 앞에서 경건하게 예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저 분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수도(修道)를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요.
도장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기본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련 공간이므로 방문 전 운영 시간과 개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
- 정숙한 분위기 유지가 기본 예절이며, 소음 행동은 자제할 것
- 공간이 넓어 이동이 많으므로 편안한 신발 착용 필수
- 강원도 특성상 봄에도 기온 차가 크니 겉옷 챙기기
- 사진 촬영은 허용 구역 내에서만
한국의 전통 종교 건축물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통 방식으로 조성된 종교 건축 공간은 지역 문화 경관의 보존 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분류됩니다(출처: 문화재청). 토성수련도장의 건축물들도 그런 맥락에서 한번쯤 찬찬히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영산홍 군락과 샘물 — 제가 예상 못 했던 것들
이곳의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도장 인근, 이 단체를 영도했던 분의 산소 주변으로 광활한 영산홍(映山紅) 군락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영산홍이란 철쭉과 유사한 진달래과 관목으로, 봄에 선홍색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그냥 구석구석에 심어놓은 것이 아니라, 산 사면 전체를 뒤덮을 만큼 광대한 규모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저렇게 넓은 면적에 군락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그냥 감탄스러웠습니다. 사진으로 담기에도 벅찬 스케일이었고, 꽃이 만개한 봄날에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저처럼 한동안 멍하니 서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장 내에 설치된 음용 샘물도 인상 깊었습니다. 도장에서 직접 취수(取水)하는 샘물인데, 아내 말로는 도장에 오는 신도들이 이 물을 특별하게 여긴다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마셔봤는데, 요즘 세상에 자연에서 끌어올린 물을 아무 처리 없이 바로 음용한다는 것 자체가 묘하게 낯설고도 반가웠습니다. 환경부의 먹는물관리법 기준에 따르면, 자연용출수는 일정 수질 검사를 통과한 경우 음용이 가능하며, 이를 자연먹는샘물로 분류합니다(출처: 환경부). 그 기준을 충족하는 물이라면 일반 정수된 물보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할 수 있습니다.
주변 지역과 연계한 여행 코스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토성수련도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야진 해변, 화진포 같은 동해안 명소들을 함께 묶으면 자연 중심의 하루 코스가 완성됩니다. 저처럼 종교와 무관하게 방문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공간입니다.
저는 바쁘게 먹고 사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조용히 수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이 더 낯설고도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저 사람들은 이 정적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 도장을 나온 후에도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완전한 정적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강원도 고성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동해 바다나 설악산과 함께 이곳을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종교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건축과 자연, 그리고 사람 사는 다른 방식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저는 적어도 그런 시간이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