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거제도 포로 수용소

 

솔직히 처음엔 그냥 거제 드라이브 겸 들르는 관광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찾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의 현실과 분단의 상처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달랐다, 이곳이 품은 역사적 맥락

국립묘지에 들어설 때 느끼는 그 묵직한 엄숙함, 아시나요? 저는 그 감각을 포로수용소 입구에서 다시 느꼈습니다. 관광지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없었습니다. 잔잔하지만 무거운 공기가 먼저 맞아주는 곳이었습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실제 운영된 포로수용소(POW Camp, Prisoner of War Camp)입니다. 여기서 POW Camp란 전쟁 중 적군으로부터 생포된 포로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시설을 의미하며, 제네바협약(Geneva Convention)의 적용을 받는 국제법상의 공간입니다. 제네바협약이란 전시(戰時)에 부상자, 포로, 민간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1949년 체결된 국제 인도주의법으로, 포로에 대한 최소한의 처우 기준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거제도에는 최대 17만 명 이상의 북한군 및 중국군 포로가 수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국가보훈부). 이 숫자를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됐지만, 실제 공간 앞에 서니 그 규모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섬 하나를 통째로 수용소로 써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그곳에 갇혀 살았다는 사실이 서글펐습니다.

밀랍인형이 말해주는 것들, 전시관람에서 마주한 현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은 건 실물 크기의 밀랍인형(蠟人形, Wax Figure) 재현 전시였습니다. 밀랍인형이란 고온에서 녹는 밀랍으로 실제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제작한 입체 조형물로, 역사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자주 활용됩니다. 교과서 속 활자로만 접하던 장면들이 눈앞에 입체적으로 펼쳐졌습니다.

밥 먹는 장면, 잠자는 모습, 작업하는 모습까지는 그나마 익숙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칸막이 하나 없는 재래식 공동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는 모형을 보는 순간, 저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울가에서 몸을 씻는 장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씻을 공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환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을 때, '열악하다'는 단어가 이렇게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진 말이었다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특히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은 여성 포로에 관한 전시였습니다. 여성이라고 해서 별도로 보호받거나 분리 수용된 것이 아니라, 같은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포로들의 일과 중에는 인분(人糞) 처리 작업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변을 모아 바다까지 운반해 버리는 일을 포로들이 직접 맡았다고 하는데, 그 고역이 얼마나 혹독했을지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용한 측이나 수용된 측이나, 당시 군인들 모두가 처참한 환경 속에 있었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관람 동선을 미리 알아두면 놓치는 공간 없이 알차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순서가 가장 자연스럽고 이해도가 높았습니다.

  • 입구 안내센터에서 관람 지도 수령 및 전체 동선 파악
  • 상설전시관: 한국전쟁 배경, 수용소 운영 과정, 국제 정세 자료 관람
  • 밀랍인형 재현 전시관: 생활 장면, 폭동 사건 등 입체적 재현 공간 관람
  • 야외 복원 시설: 실제 수용소 막사 구조와 환경 체험
  • 영상관: 당시 기록 영상 및 증언 자료 시청

관람 시간은 넉넉히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를 잡는 게 좋습니다. 서두르면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공간들이 많습니다.

폭동 재현 전시 앞에서 멈춰 선 이유, 방문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전시관을 한참 돌던 중, 갑자기 함성 소리와 총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움찔했습니다. 수용소 내 폭동(暴動) 사건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었습니다. 폭동이란 집단이 조직적으로 권력이나 질서에 저항하는 폭력적 행동을 의미하는데,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는 실제로 1952년 대규모 포로 폭동이 발생해 수용소장이 포로에게 납치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재현 전시 속에는 상대에게 잡혀 폭행당하고 옷이 찢기는 장면까지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이념(理念)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서로에게 죽어야 했다는 사실이 그 공간에서 가장 선명하게 와 닿았습니다. 이념이란 사회나 정치에 대한 이상적 체계를 뜻하지만, 그 날의 전시 앞에서 그것은 그저 젊은 목숨들을 갈라놓은 이름 모를 명령처럼 보였습니다.

명령을 따라 전쟁터로 나선 젊은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의 선택으로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죽고 죽이다가, 포로가 되어 그 섬에서 비참하게 살아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방문 시 실용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점도 정리해 드립니다. 실내외 관람 구간이 혼합되어 있어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집중되므로, 쾌적한 관람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을 추천합니다. 전시관 내 일부 재현 구역은 촬영이 제한될 수 있으니 안내 표지판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전쟁 전쟁포로(戰爭捕虜, POW) 관련 역사 교육 효과는 현장 학습(Field Learning) 방식이 교실 수업 대비 학습 이해도를 평균 40%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다녀온 뒤, 한동안 그 공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역사 교과서에서 한 줄로 배웠던 것들이 사람의 몸과 표정을 갖춘 채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은, 어떤 설명보다 강하게 남습니다. 역사 교육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혹은 거제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곳만큼은 꼭 시간을 내어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과거를 직접 마주해본 사람만이 평화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더 실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google.com/search?gs_ssp=eJwBTwCw_woKL20vMGNtYmd5YjABOiQweDM1NmVjZDEzYmMxNGVkODE6MHhjOWZiYThmMzJmMmZkZjNKGeqxsOygnOuPhCDtj6zroZzsiJjsmqnshoz3tCBn&q=%EA%B1%B0%EC%A0%9C%EB%8F%84+%ED%8F%AC%EB%A1%9C%EC%88%98%EC%9A%A9%EC%86%8C&oq=%EA%B1%B0%EC%A0%9C%EB%8F%84+%ED%8F%AC%EB%A1%9C&gs_lcrp=EgZjaHJvbWUqDQgBEC4YrwEYxwEYgAQyBggAEEUYOTINCAEQLhivARjHARiABDIHCAIQABiABDIHCAMQABiABDIGCAQQABgeMgYIBRAAGB4yBggGEAAYHjIGCAcQABgeMgYICBAAGB7SAQoyMzY1NmowajE1qAIAsAIA&sourceid=chrome&ie=UTF-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