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주식이 오를 때 가장 위험하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 말이 맞다는 걸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뼈저리게 확인했습니다. 평생 장비을 운전을 하며 한 우물을 파온 그 친구가 한순간의 조급함 때문에 집을 잃었습니다. 지금 시장 분위기가 그때와 너무 닮아 있어서 이 글을 씁니다.

    모두가 환호할 때 조용히 짐을 싼 사람들

    지금 주변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카페에서도, 회식 자리에서도 주식과 코인 얘기가 끊이질 않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라고 봅니다. 시장 과열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가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인데, 여기서 버핏 지수란 한 나라의 전체 주식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00%를 크게 넘으면 시장이 고평가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미국 주식 시장의 버핏 지수는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런데 정작 전 세계에서 투자를 가장 잘한다는 큰손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 지분을 대폭 줄이고, 은행 주식도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현재 보유 현금이 우리 돈으로 400조 원을 넘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1년 예산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살 것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이 취하는 행동입니다.

    버핏만이 아닙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아마존의 베이조스, 메타의 저커버그, 엔비디아 CEO까지 자사주를 닷컴 버블 이후 최대 규모로 팔아치웠습니다. 내부자 매도(Insider Selling), 즉 해당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식을 파는 행위는 시장의 고점 신호로 자주 읽힙니다. 그 물량을 받아준 것은 지금이 기회라며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제 친구도 그 대열에 있었습니다. 특정 섹터 종목들이 연일 오르는 걸 보면서 나만 뒤처진다는 생각에 결국 레버리지(Leverage), 즉 빚을 내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갔습니다. 처음 며칠은 수익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 마지막 불꽃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돈 버는데, 왜 거품이라고 하는가

    이쯤에서 이런 반론이 나옵니다. AI는 실제로 돈을 벌고 있지 않냐고요. 맞습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분명히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지금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매출은 바로 이 설비 투자에서 나옵니다. 문제는 그 투자 대비 실제 AI 서비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대비 수익이 맞아떨어지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

    이 상황은 2000년 닷컴 버블과 구조가 너무 흡사합니다. 당시 시스코는 인터넷 인프라 장비를 팔아 엄청난 돈을 벌었고, 지금의 엔비디아와 포지션이 같았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장비 구매를 멈추는 순간 주가는 90% 이상 폭락했고, 원금 회복에 20년이 걸렸습니다. 회사가 망한 게 아니라 너무 비싸게 샀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식 시장은 PER(주가수익비율)로 보면 10년 뒤 이익까지 선반영한 수준입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숫자가 높을수록 미래 기대치가 주가에 많이 녹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대가 현실을 이길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그때 조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어질 수 있습니다.

    제 친구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 친구가 가장 힘들었던 건 주가가 떨어지는 것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를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드는데 실제로는 천천히 흘러내리는 그 지겨운 과정이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더니, 내려올 때는 오를 듯 오를 듯 하면서 끝내 평단가까지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바닥에서 손절하고 나서야 1억 원이 넘는 손실이 확정됐습니다. 시골 동네에서 살던 집도 팔고 전세로 옮겼습니다.

    한국 경제, 어디서 가장 먼저 균열이 생기는가

    미국 주식이 흔들리는 것보다 더 가까운 곳에 위험이 있습니다. 바로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채입니다.

    지금 정부는 롤오버(Roll-over) 정책으로 가까스로 시간을 벌고 있습니다. 롤오버란 만기가 된 대출을 갚지 않고 기간을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나라가 허락한 카드 돌려막기입니다. 하지만 2026년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스트레스 테스트) 규제가 본격 적용되면 이 돌려막기가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DSR이란 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이 기준을 초과하면 은행에서 신규 대출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2026년을 앞두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리스크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국채 공급 과잉으로 인한 금리 발작: 달러가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시나리오
    •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 일본 금리가 오르면 저리로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전 세계 자산을 급매도하는 연쇄 반응. 실제로 2024년 8월 일본이 금리를 소폭 올렸을 때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 중동·대만 지정학 리스크: 유가가 급등하면 잡아놓은 물가가 다시 올라 금리 인하 기대가 무너집니다

    이 중 하나만 터져도 주식 시장 30% 이상 조정이 가능한 상황인데, 현재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도화선에 불이 붙어 있는 형국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세 가지 방향을 생각합니다.

    1. 레버리지 축소: 수익이 조금이라도 나고 있다면 빚부터 갚습니다. 변동금리 신용 대출은 위기 때 가장 먼저 덫이 됩니다.
    2. 현금 비중 확대 및 달러 분산: 가진 자산의 20~30%를 달러 또는 달러 자산으로 전환해 두면 원화 가치가 흔들릴 때 자산의 에어백 역할을 합니다.
    3. 저점 매수는 서두르지 않기: 진짜 폭락장의 바닥은 뉴스에 곡소리가 도배될 때입니다. 10~20% 빠졌다고 달려드는 것은 역사적으로 항상 일찍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수익 인증이 쏟아질 때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 마음을 다스리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제 친구의 사례가 제게는 가장 선명한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역사상 모든 버블은 설마 이게 무너지겠어라고 모두가 방심할 때 터졌습니다. 살아남는 사람은 특별히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환호할 때 한 발짝 물러서서 의심할 줄 알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이 나중에 그때 그 경고가 맞았다는 성지가 아니라, 미리 준비해서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는 이야기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공인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n1vyl0V7y8&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