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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을 7년 가까이 하면서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합니다. "7년이나 했는데요?" 저도 그 말이 제일 씁쓸합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천 선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반도체가 잘 나가서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왜 한국 주식은 성장한 나라만큼 못 올랐나

    한 가지 질문부터 던져 보겠습니다. 한국은 수십 년간 GDP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코스피는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그 성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까요? 저도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는 이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좋은 기업 사서 들고 있으면 오른다는 말만 믿었으니까요.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입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들이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는 만성적 현상을 뜻합니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핵심에는 대주주의 사익 편취 구조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나라 전체가 성장한 과실을, 상장사의 대주주들이 소수 주주 몫까지 가져가 버린 겁니다.

    전문 용어로는 이를 터널링(Tunneling)이라고 부릅니다. 터널링이란 지배주주가 계열사 간 부당 거래나 자산 이전을 통해 소액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참고 자료에서 어떤 투자 전문가가 "슈킹"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주가 상승이나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고, 구조 안에서 새어 나간 거죠.

    제가 2020년 코로나 폭락장에서 버티며 수익을 냈다가 고점 이후 다 반납한 경험도 결국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시 들고 있던 종목들 상당수가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제가 못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시장 자체의 신뢰 문제가 컸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매년 발표하는 불공정거래 적발 현황을 보면, 주가 조작과 미공개 정보 이용 사례가 꾸준히 수백 건에 달합니다.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셈입니다.

    상법 개정과 거래소 역할,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코스피 8천 돌파를 단순한 랠리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자본시장 구조 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고, 블룸버그 통신도 이 점을 코스피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현 대통령이 30년 전 실패한 데이 트레이더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시장에서 당해 본 사람이 개혁을 주도한다는 서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읽힌 것 같습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상법 개정입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취지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사가 대주주 이익을 위해 움직여도 법적으로 크게 제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걸 바꾸겠다는 거고, 그것만으로도 터널링을 억제하는 구조적 방어막이 생깁니다.

    거래소의 역할도 빠질 수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거래소(KRX)는 상장 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퇴출 압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한 기업이 수십 개 계열사로 쪼개져 상장되는 걸 막지 못했고, 실적도 없는 기업이 수년간 버티는 걸 방치했습니다. 이 부분은 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줄곧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 구조와도 연결됩니다. 자본시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닌, 시장 밖에서 관리만 해 온 사람들이 문지기를 맡아 온 셈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미국 SEC 초대 회장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본인이 주가 조작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는데,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를 초대 SEC 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도둑으로 도둑을 잡으라는 논리였는데, 결과적으로 SEC는 그 시절에 기반을 닦고 지금의 미국 자본시장 신뢰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도 규제 기관의 수장이 시장을 책상 위에서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손발을 굴려본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지금 코스피가 바뀌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변화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 충실 의무 확대 — 대주주의 터널링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근거가 생깁니다.
    2. 자사주 매입 규제 강화 — 주가 관리 목적의 자사주 소각 제도화로 소액 주주 환원이 늘어납니다.
    3. 거래소의 상장 심사 및 퇴출 기준 강화 — 부실 기업이 지수를 오염시키는 것을 줄이는 방향입니다.
    4. 불공정 거래 근절 의지 — 작전 세력 차단을 통해 개인 투자자의 시장 신뢰 회복을 유도합니다.

    퇴직연금 기금화와 ETF 자금, 코스피가 더 갈 수 있는 이유

    구조 개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개혁된 시장을 받쳐줄 자금의 성격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 두 축이 퇴직연금 기금화와 ETF 유입입니다.

    퇴직연금(退職年金)이란 근로자가 퇴직 후 받는 노후 자금을 근무 기간 중 적립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400조 원 이상이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 즉 사실상 현금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이를 기회비용 손실(Opportunity Cost Loss)이라고 합니다. 기회비용 손실이란 더 나은 투자처에 자금을 배치하지 못해 발생하는 수익 미실현을 뜻합니다. 퇴직연금이 주식 시장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동안, 그 차액만큼의 노후 자산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기금화를 통해 전문 운용사가 퇴직연금을 위탁 운용하게 되면, 채권·주식·현금의 비중을 자동으로 배분하게 됩니다. 400조 원의 일부만 주식 시장에 들어와도 수십조 원이 증시에 유입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게 중요한 건, 이 자금이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단기 투기 자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에 머물며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코스피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ETF(상장지수펀드)의 유입도 같은 맥락입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자산을 추종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금융 상품입니다. 최근 증시에 들어오는 ETF 자금의 특성이 과거 개인 투자자들과 다릅니다. 기존에 주식을 직접 거래하던 투자자들은 수익이 나면 팔고, 손실이 나면 버티거나 또 팝니다. 그런데 ETF로 들어오는 자금은 원래 증시 바깥에 있던 자금입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간을 보다가,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규모를 늘립니다.

    제가 2019년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사서 모으기만 해라"는 말만 믿고 들어갔다가 결국 팔 줄을 몰라서 수익을 상당 부분 반납했습니다. 그 경험을 돌아보면, 문제의 절반은 저였지만 나머지 절반은 시장 구조였습니다. 장기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구조, 언제든 흔들 수 있는 작전 세력, 그 안에서 개인은 맨손으로 싸운 셈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그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코스피 8천은 숫자 하나가 바뀐 게 아닙니다. 수십 년간 부동산에 몰려 있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할 구조적 조건이 하나씩 갖춰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개혁이 실제로 얼마나 깊이 들어갈지, 퇴직연금 기금화가 어떤 속도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은 맞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7년 동안 이 시장에서 손해를 보며 버텨온 제 입장에서 처음 드는 낙관입니다. 지금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단기 수익보다는 이 구조 변화의 흐름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는 개인의 판단에 의해서 해야 한다는 걸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gl=KR&tab=i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