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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서 사서 꼭지에 파는 것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는 그게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결과는 처참했고, 그 경험 이후로 투자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100년치 데이터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분할매수가 정답이라는 믿음, 데이터가 뒤집다

    투자할 목돈이 생겼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지금 다 넣어야 하나, 아니면 나눠서 사야 하나." 저도 오랫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분할매수(Dollar-Cost Averaging, DCA)라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DCA란 일정 금액을 정해진 주기마다 나눠서 매수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평균 단가를 낮춰주는 전략입니다. 직장 생활하던 시절 보너스가 들어오면 어김없이 몇 등분으로 쪼개 2주에 한 번씩 시장에 넣었고,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Just Keep Buying'이라는 책에서 지난 100년간 S&P 500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제 믿음을 꽤 흔들어놓았습니다. S&P 500이란 미국의 대표 기업 500개로 구성된 주가지수로, 미국 시장 전체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수로 꼽힙니다. 시뮬레이션은 단순했습니다. 목돈을 12개월에 걸쳐 나눠 투자하는 경우와 첫날 한 번에 전부 투자하는 경우를 비교한 것입니다. 결과는 약 70%의 경우에서 즉시 일괄매수의 수익률이 평균 4% 이상 높게 나왔습니다. 심지어 대기 자금을 채권에 넣어 이자까지 받으면서 분할 투자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일괄매수가 우세했습니다. 시장에 돈을 오래 묶어두는 것, 그것 자체가 수익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보여준 셈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시장이 폭락했을 때 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장 시작하자마자 매수했는데, 그 이후에도 여유 현금 전부를 넣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였는데도 그랬습니다. 데이터는 알지만 손이 안 움직이는 그 경험, 투자해 본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바닥을 완벽하게 안다고 해도 매달 적립이 이긴다

    그렇다면 이런 반론이 가능합니다. "나는 시장 타이밍을 잘 잡아서 바닥에서만 산다면 어떨까?" 이것도 같은 책에서 데이터로 다뤘는데, 결과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시나리오는 40년간의 장기 투자를 전제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매달 동일 금액을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투자하는 정액분할투자 방식입니다. 두 번째는 완벽한 정보를 가진 투자자, 즉 주가의 고점과 저점 사이의 바닥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매달 투자 대신 현금을 모았다가 바닥에서만 한 번에 넣는 방식입니다. 누가 봐도 두 번째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0년 치 데이터를 돌려보면 약 70% 경우에서 매달 꾸준히 투자한 첫 번째 시나리오의 수익률이 더 높았습니다.

    이유는 복리(Compound Interest)에 있습니다. 복리란 이자가 원금에 합산되어 그 합산된 금액에 또다시 이자가 붙는 구조로, 시간이 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자산이 커지는 효과를 냅니다. 바닥을 기다리는 동안 현금으로 보유한 자금은 이 복리의 힘을 누리지 못합니다.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시장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는 겁니다. 이게 제가 주식을 하면서 가장 뼈아프게 배운 교훈이기도 합니다. 타이밍을 잡으려다 정작 시장에 돈을 놔두는 시간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저도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폭락장이 기회인 이유, 그리고 나이별로 달라야 하는 전략

    폭락장이 오면 많은 분들이 "얼마나 지나야 회복되지?"를 먼저 묻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잘못된 질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폭락 이후의 연평균 수익률입니다.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시장이 30% 폭락한 이후의 연평균 수익률은 시장 평균인 10%를 대부분 넘었습니다. 50% 폭락 이후에는 그 수치가 더 높았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이 대표적인데,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주가가 회복되는 데 30년이 걸렸습니다. 이것은 지수 투자라도 어느 나라 지수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미국 S&P 500 지수의 장기 우상향은 지난 100년간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 확률이 100%가 아니라는 점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출처: Investopedia).

    그리고 이 맥락에서 나이와 포트폴리오 전략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년 장기 투자를 시뮬레이션해보면 전반 10년은 오르고 후반 10년은 떨어지는 경우보다, 전반에 떨어지고 후반에 오르는 경우의 최종 수익률이 훨씬 높습니다. 즉, 자산을 본격적으로 쓰는 노후에 시장이 폭락하면 타격이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채권이란 국가나 기업이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증권으로,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낮고 일정한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안전자산입니다. 젊을 때는 폭락장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되지만, 노후에는 같은 폭락이 회복할 시간 없이 자산을 깎아버리는 위협이 됩니다.

    투자 원금을 키우는 것도 전략이다

    어떻게 투자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느냐입니다. 투자 가능 금액은 결국 소득에서 소비를 뺀 값입니다. 이 단순한 공식을 무시하면 아무리 좋은 투자 전략도 효과가 반감됩니다.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정리하면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 현 직장 내에서 승진이나 성과로 연봉을 올리는 방법
    • 아르바이트나 투잡으로 시간을 추가로 파는 방법
    • 보유한 기술을 프리랜서로 제공하는 방법
    • 지식이나 경험을 강의나 컨설팅으로 전달하는 방법
    •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

    저는 직장 생활하면서 강연을 병행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네 번째 방법에 해당합니다. 그 부수입이 투자 원금을 늘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소비를 줄이는 것도 생각보다 효과가 큽니다.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 소비 지출 중 외식·여가 등 선택적 지출 비중이 상당한 편이라, 작은 습관 변화만으로도 월 투자 금액을 늘릴 여지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요즘 주변에서 주식한다는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2020년 동학개미 열풍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그때 시작했다가 손실을 본 분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권유하고 다녔습니다. 주식하면 다 돈 버는 줄 알았거든요. 지금은 오히려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주식은 하면 할수록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 무겁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테마주처럼 급등하며 시장을 이끄는 걸 보면, 시장은 언제나 예상을 빗나간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듭니다.

    결국 데이터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타이밍을 잡으려 하지 말고, 투자할 돈이 생기면 지수에 꾸준히 넣어두라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도 결국 이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은 1년이 10년 뒤 복리 손실로 돌아온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GEAo3j9-Sk&t=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