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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의 고뇌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과 장군의 어머니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장군이 있는 진영으로 수많은 백성이 몰려드는 모습을 보며 장수 된 자의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들을 향해야 한다.”라고 어머니가 말한다. 이 말속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당시에 장군은 의도치 않게 복잡한 정치적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게 되었다. 장수가 전쟁터에 나가 싸워 이기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 싸워 이길수록 임금의 시기심은 점점 커졌다. 장군을 믿고 따르는 백성들이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다. 장수로서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에만 집중해도 부족한데, 무능한 임금 때문에 장군은 관심도 없는 정치적 입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무모한 임금의 명을 따르자니 부하들과 백성들의 목숨이 위태롭고 명을 어기자니 반역죄가 되는 상황에서 장군의 고뇌는 참으로 깊었다. 어머니는 장군의 고뇌를 알고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장군은 임금이 있는 곳을 향하여 절하는 의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에서는 노량해전을 앞두고 이 전투에 승리하고 한양으로 진격할 것이다라고 외치며 군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장면도 있다. 물론 개인적 감정으로 하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이 알 수 없는 복잡한 사정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고는 전투에 나아가 갑옷을 벗고 계속 진격하여 일부러 죽음을 자초하는 장면도 있다.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맞다면 장군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역자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백성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걸 볼 수도 없고, 전쟁이 끝나고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 때문에 또다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건 더더욱 볼 수가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장군이 선택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장군은 나라와 백성을 살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진정한 영웅이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했지만,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자로부터 죄인으로 몰려 온갖 고초를 겪는다. 임금만 문제겠는가.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은 정의를 내팽개치고 자신의 안위만 쫓았다. 일말의 양심 있는자들 조차 임금 앞에 나서서 장군을 대변하는 용기가 없었다. 그런 나라를 위해 또다시 목숨을 거는 장군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연 인간의 본능으로서 가능한 일인가?

    장군이 겪었을 고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원한다. 타인의 죽음보다 자신의 손톱 밑에 찔린 작은 가시 하나가 더 중요한 문제라 여기는 게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타인을 위하기보단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이 선택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름을 남긴 분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보단 남을 먼저 위하는 선택을 한다. 이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다. 본능을 거스르는 사람은 늘 존재했으며 그들은 이름을 남겼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본능을 거스리다

     

    오래전 나치 전범 재판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을 받고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군인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의 죄목은 군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생각을 안 한 죄이다. 전시에 군인으로서 명령을 위반하면 즉결 처분 대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당한 명령이라고 항명을 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죽음을 불사하고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자는 위대한 사람이다. 세상은 인간에게 어려운 선택을 요구할 때가 있다. 나 역시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 본능을 거스르고 싶다. 이건 의지만으론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사람으로 태어나 본능대로만 살다 가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본능을 거스르는 작은 순간들 하나하나가 내 삶의 의미이고 그 작은 의미들이 모여 큰 의미를 이루리라 믿는다. 그렇게 노력하며 살고 싶다.